
[브리프온 = 고인영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13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발전연료 가격 안정과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누적된 대규모 적자와 요금 정상화 지연, 환율 변수 등이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어 “반짝 흑자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 3분기 영업이익 5조6519억…전년 대비 66.4% 증가
한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영업이익은 5조 6519억 원, 매출은 27조 57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6.4%, 5.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조 79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로써 한전은 2023년 3분기를 기점으로 9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실적 개선에는 석탄·LNG 등 주요 연료 가격 하락과 전력도매가격(SMP) 안정, 그리고 요금 인상분 누적 효과가 동시에 작용했다. 여름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증가 역시 판매량 확대에 기여했다.
■ 연료비·전력구입비 동시 감소…“구조개혁도 효과”
자회사 연료비는 지난해보다 2조 8151억 원 줄었고, 민간 발전사 전력 구입비도 SMP 하락에 따라 감소했다. 원전 이용률은 81.7%에서 86.5%로 상승,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원전 발전량이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한전이 2022년부터 추진해 온 재정건전화 계획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자산 매각·비용 통제·효율화 등을 통해 지금까지 약 11조 5000억 원 규모의 개선 효과가 있었고, 올해도 1조 5000억 원 추가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그러나…“누적적자 39조·부채비율 490%” 구조적 위험은 여전
한편, 겉으로 보기에는 ‘수익성 회복’이라는 신호가 분명하지만 한전의 재무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상황은 여전히 무겁다. 먼저, 연료비 급등기(2021~2023)에 누적된 총 47.8조 원의 영업적자 중 약 39조 원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이 손실이 그대로 재무 구조 악화로 이어지면서 전체 부채는 118.6조 원, 부채비율 역시 490%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건 차입금 규모다. 현재 한전의 차입금 잔액은 86.1조 원에 달하며, 이로 인해 매일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하루 약 73억 원이다.
즉, 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는 하나 이처럼 기본 구조가 워낙 무거워 당분간은 실적 회복이 곧 재무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전기요금 인상 지연…정치 일정이 변수
전기요금 정상화도 발목을 잡는 대목이다. 정부는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며 물가 안정에 집중했고,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요금 인상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정용·상업용 요금 정상화 없이는 근본적 재무 개선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 환율 리스크도 여전…LNG 수입단가 상승 가능성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물며 LNG 수입 가격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전은 연료비·구입전력비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요금 조정 없는 안정적 수익 구조 확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흑자 덕에 숨통은 트였지만…근본 해결은 멀었다”
한전은 이번 호실적을 바탕으로 차입금 상환, 이자 지급, 필수 설비 투자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AI 산업·첨단 제조업 확대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전력망 확충 투자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