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월 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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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핵잠 별도협정 추진’ 공식화…한반도 안보판 대전환 신호탄”

[뉴스턴=고인영 기자]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현지시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해 미국과 별도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한미 원자력 협정의 군사적 사용 금지 조항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한반도 안보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호주 모델 벤치마킹, 원자력법 91조 예외 추진

위 실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주의 경우를 상정해보면 핵잠을 건조하려면 뭔가 합의가 필요하다”며 “호주는 미국 원자력법 91조에 따른 예외를 부여받았고, 그러려면 양자 간 별도의 합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에게도 그런 절차가 필요할 수 있어 그 가능성을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정부가 호주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실제 적용 가능성을 미국 측과 논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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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결성된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차원에서 핵잠수함 확보를 위한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원자력법 91조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군용 핵물질 이전을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으며, 호주는 이 조항에 근거한 별도 협정을 미국과 맺음으로써 기존의 미-호주 원자력 협정에 따른 제약을 극복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의 군사적 사용 금지 장벽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은 평화적 목적에 국한돼 있어 핵물질의 군사적 사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한국 정부는 핵잠수함 연료 도입을 위해 이 협정을 우회할 수 있는 별도 한미 간 협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 실장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도 “핵잠을 추진하려면 법적 절차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지만 법적 기초가 생겨나기 때문에 협의를 하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행 협정은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20% 미만 저농축우라늄 사용이 가능하고, 연구 목적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만 허용된다.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이러한 제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법적 틀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고위급 대화로 속도전…백악관 직접 관여 필요

위 실장은 이번 방미의 핵심 목적으로 지난 10월 말 경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의 이행 촉진을 꼽았다. 그는 “실무선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치적인 비중을 실어주려면 고위급 대화가 있는게 좋겠다”며 “대통령실이나 백악관이 관여를 해야 빨라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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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 민감한 이슈들은 실무 논의만으로는 진전이 더딜 수 있는 만큼, 고위급 협의를 통해 추진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위 실장은 오는 18일(현지시간)까지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원자력 분야 주무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 등을 연쇄 면담할 예정이다.

한미 협의체 구성 방안도 검토

위 실장은 핵잠 건조를 위한 한미 협의체 설치 방안도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쪽은 대비를 하고 있다”며 “서로 어떻게 교감하는게 좋을지 좀 들어봐야 한다. 협의체를 이슈별로 만드는 것 등 얘기가 돼 있지는 않으나 협의를 촉진하는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안보실 주관으로 농축우라늄·핵잠수함·국방예산 등 3개 분야에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한미 간 협의체로 확대·발전시켜 실질적 이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왜 지금 핵잠수함인가…구조적 변화의 신호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추진은 단순한 무기 체계 도입을 넘어 한반도 안보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 억제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동맹의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한국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는 전략적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핵잠수함은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고 은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해 북한의 선제타격에 대한 생존성과 보복 능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력이다.

위 실장이 “한국은 (미국의) 모범 동맹 카테고리에 분류돼 있으니 나쁜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그런 좋은 분위기에 힘입어 당면한 여러 현안들을 상호 도움되게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북미 대화 촉진 역할도 병행

위 실장은 이번 방미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보다는 미북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 더 열려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미국 정상간 접촉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스메이커(peacemaker),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어떻게 조율하고 갈길을 찾을까 대화를 해보려 한다”며 한국이 북미 대화의 중재자이자 속도 조절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위 실장은 귀국길에 뉴욕을 방문해 유엔과도 고위급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북·북미 대화 재개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적 공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 컨트롤타워 논란엔 “조율 아쉬워”

최근 대북정책 주도권을 두고 외교부와 통일부가 갈등을 빚은 상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위 실장은 “그렇게 비치는 점이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며 “가장 이상적으로는 조율 정리돼 원 보이스(one voice)로 대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의 경우, 이 한미 협의건에 대해서도 NSC(국가안보회의) 논의가 있었다. 정리가 됐는데, 그대로 이행이 됐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조율이 잘 되도록 가일층 힘을 넣어 조율하고자 하고, 조율된 사항이 그대로 이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추진은 향후 한반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호주에 적용한 원자력법 예외 조항을 한국에도 적용할 경우, 한국은 사실상 핵추진 기술을 확보하게 되며 이는 독자적 핵 억제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의 충돌, 국내 여론의 분열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특히 별도 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수 있어, 정치적 장애물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이 시점에 핵잠수함 건조를 가속화하는 것은 북한 위협의 현실화,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재편 움직임 등 복합적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위성락 안보실장의 이번 방미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와 동맹 관계 재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로,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 질서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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