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유지·시장 정체 속 브랜드 충성도 흔들리며 가격 중심 구매 확산

[뉴스턴=고영우 기자] 2026년 새해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가성비’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테슬라가 주요 전기차 모델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완성차 업계 전반에 가격 경쟁 압박이 확산되고 있다. 브랜드 충성도보다 실제 구매 부담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외 제조사들은 가격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테슬라, 가격 기준 다시 썼다…모델3·Y 대폭 인하
테슬라는 올해 들어 국내 판매 중인 핵심 차종 가격을 크게 낮췄다. 모델3 퍼포먼스 AWD는 기존 6900만원대에서 5900만원대로 조정되며 900만원 이상 인하됐다. 모델Y 역시 프리미엄 롱레인지 AWD와 RWD 트림 모두 수백만 원씩 가격이 내려가며 5000만~6000만원 선으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순한 할인 차원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가격 기준 자체를 다시 설정한 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수입 전기차가 국산 전기차와 정면으로 가격 경쟁에 들어간 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 속 ‘가성비’가 승부처
국내 전기차 시장은 양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하며 20만 대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테슬라는 두 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충전 인프라 접근성이 결합되면서 ‘가성비 전기차’ 이미지가 시장에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BYD는 국내 진출 첫해부터 수천 대 판매를 기록하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업계는 이를 두고 “원산지보다 주행거리와 가격 효율을 우선하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보조금 유지 효과…전기차 수요 올해로 몰릴 가능성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올해 보조금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며,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추가 지원까지 제공된다. 반면 내년부터는 보조금 축소가 예고돼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전기차를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시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연중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연기관 시장도 가성비 전면에…픽업트럭 경쟁 가열
가격 경쟁은 전기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연기관 차량 시장에서도 ‘가성비 전략’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신형 픽업트럭을 선보이며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했고, 실용성과 유지비 부담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경쟁 모델의 가격대가 3000만 원 후반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실속형 소비자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전반에서 “가격 동결 또는 최소 인상”이 하나의 방어 카드로 작동하는 셈이다.
정체된 자동차 시장…브랜드보다 가격이 우선
국내 신차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한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연간 판매량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160만~170만 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보다 초기 구매 비용과 유지비를 더욱 꼼꼼히 따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