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법 301조·ISDS까지 거론…“한국 정부의 차별” 주장
- 정부 “개인정보 유출 대응일 뿐” 반박…외교·통상 갈등 우려

[뉴스턴=고영우 기자]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한미 통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조치가 차별적이었다며 미국 정부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고, 국제투자분쟁(ISDS) 절차까지 예고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벤처투자사 그린옥스(Greenoaks)와 알티미터(Altimeter)는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통상 수단이다.
美 투자사들 “쿠팡에 선택적 법 집행…수억 달러 손실”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수년간 선택적이고 과도한 법 집행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소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압수수색과 조사, 규제 압박이 집중되면서 회사 가치가 급락했고, 이로 인해 미국 투자자들이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입장이다.
ISDS 중재의향서 발송…한미 외교 문제로 확산 가능성
이들 투자사는 USTR 청원과 함께 한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도 발송했다. 이는 일정 기간 내 시정 조치가 없을 경우, 국제 중재 재판에 돌입하겠다는 경고성 절차다.
법무부는 중재의향서 접수 사실을 확인하며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해 관계 부처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 중재가 현실화될 경우, 수년간의 법적 공방과 대규모 배상 리스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정부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李 대통령 반미 성향” 주장까지…정치적 논란 비화
투자사 측은 청원서와 중재의향서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정치적 성향까지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미국과 쿠팡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을 했다”며, 정부의 규제가 정치적 배경을 가진 것처럼 주장했다.
또 김민석 국무총리가 금융·공정당국에 대해 “마피아 소탕 각오로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언한 점도 쿠팡을 겨냥한 압박으로 해석했다. 다만 정부는 해당 발언이 특정 기업이 아닌 전반적인 불공정 행위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강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차별 아냐…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당한 조치”
한국 정부는 쿠팡 사태의 본질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부실한 사후 대응에 있다며,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차별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도 “동일 기준의 법 집행”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USTR이 조사에 착수할 경우, 통상 마찰과 외교적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정치·외교 전문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 벤처 투자자들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한미 관계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