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턴=고인영 기자] “30만원이면 제 한 달 식비예요. 부모님께 드릴 책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미션캠프’가 갑작스레 파산을 공지하면서 수백 명의 20·30대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피해자들은 회사 측이 수개월 전부터 자금난을 겪어왔던 정황을 포착하고, 환급 의사 없이 신규 가입자를 모집한 것 아니냐며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3일 ‘미션캠프 환급 파산 피해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하루 만에 75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각자의 피해 상황을 공유하며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오픈채팅방이 자체적으로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3일 오전 9시 기준 323명이 총 2억5500만원 규모의 피해를 신고했다. 1인당 피해액은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360만원까지 다양했다. 오픈채팅방 참여 인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 수와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션 완수하면 ‘100% 환급’…20·30대 겨냥한 비즈니스 모델
미션캠프는 (주)컨셉진에서 운영하던 플랫폼으로, 온라인 강의, 글쓰기 프로젝트, 체험 프로그램 등을 보증금을 받고 제공해왔다. ‘참가비를 내고 일정 기간 미션을 완수하면 보증금을 최대 100% 돌려준다’는 게 핵심 사업 모델이었다.
홈카페 캠프, 홈시네마 캠프, 클로즈업 캠프, 책 만들기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광고 문자에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모든 참가비는 카드 결제가 아닌 ‘계좌이체’로만 받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피해자 대다수는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으로 추정된다.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에 집중돼 있었다. 60만원을 결제한 황모씨(32)는 “생활비에 버금가는 돈을 환급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오픈카톡방에는 “180만원이면 월급 수준인데, 이렇게 사기를 당할 줄 몰랐다”는 하소연도 올라왔다.
파산 직전까지 광고 문자 발송…”고의적 사기 아니냐”

피해자들이 문제를 인지한 건 지난 2일 홈페이지에 올라온 파산 공지 때문이다. 미션캠프 측은 “최근 적자가 누적되고 예상치 못한 재정 악화로 정상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투자 유치 등을 위해 노력했으나 법원에 법인 파산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한 달 이상 환급금 지급과 광고성 물품 발송이 지연됐다고 증언했다. 6개월간 독서 미션을 수행하면 보증금을 100% 환급해준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22)는 지난 10월 말부터 환급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100% 환급 보장이 아니었다면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받고 후기를 작성하면 30만원을 돌려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B씨(27)는 “카메라도 보내주지 않고 지난달 18일 환불하겠다더니 계속 미루다가, 결국 지난 2일 환급 대신 파산 공지를 올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욱 논란이 되는 건 파산 직전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이어간 정황이다. 미션캠프는 파산 닷새 전인 지난달 27일에도 ‘2025년을 돌아보는 아카이브북을 무료로 만들어준다’는 광고 문자를 발송했다. 이를 보고 총 60만원을 결제한 C씨는 “파산 직전에 광고 문자를 보낸 것은 고의적 사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자금난 징후는 수개월 전부터…’돌려막기’ 의혹
피해자들은 미션캠프의 자금난이 수개월 전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이 업체에서 강의한 강사가 강사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환급금 입금 지연은 지난 9월 30일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업체 측은 “전산 문제로 지급이 늦어진다”며 “지연 보상금 1만원을 추가로 이체하겠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같은 공지가 11월 환급 예정자들에게도 반복됐고, 실제 보증금 환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미션캠프 측은 “대기업 외주 콘텐츠를 통한 수익이 있어 변제 능력이 충분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피해자는 “지난 10월 사진 촬영 베타 캠프 참여 후 환급을 받을 때도 3~4일간 ‘시스템 오류, 서버 오류’라는 핑계로 지연됐다”며 “나중에 들어온 사람 돈으로 먼저 참여한 사람에게 환급해주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션캠프 대표 전화와 관계자 휴대전화는 모두 불통 상태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책이라도 받고 싶었는데”…부모님께 드릴 책 날린 20대
특히 책 만들기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한 피해자는 “부모님께 드릴 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11월 24일 원고까지 제출했다”며 “부모님께 ‘곧 책 나온다’고 자랑까지 했는데 이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이 피해자는 “30만원이면 제 한 달 식비인데, 돈보다 부모님께 드릴 책을 만들지 못하게 된 게 더 속상하다”며 “계좌이체로 현금을 보낸 터라 돌려받을 방법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현재 각자 경찰 진정 접수와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한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기망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일 만큼 반복적이거나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면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인 파산 절차가 진행될 경우 계좌이체로 현금을 보낸 일반 채권자들이 전액을 돌려받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채권자 등록과 함께 형사 고소, 민사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