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6, 2025
Home문화박정민 주연 '라이프 오브 파이' 극찬 쏟아져…"227일 표류, 2시간 30분 몰입"

박정민 주연 ‘라이프 오브 파이’ 극찬 쏟아져…”227일 표류, 2시간 30분 몰입”

출처=에스엔코

[뉴스턴=고인영 기자]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라이프 오브 파이’가 관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감탄만 나오게 하는 경이로운 광경”이라고 평한 것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무대는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인도 폰디체리 동물원, 멕시코의 한 병원, 비좁은 구명보트, 그리고 흰수염고래가 유영하는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관객을 종횡무진 데려간다.

실제 호랑이 보는 듯…생동감 넘치는 퍼핏 연출

퍼핏(인형) 연출이 특히 감탄을 자아낸다. 실제 동물의 골격과 근육을 참고해 설계된 만큼 오랑우탄·얼룩말·하이에나 등 퍼핏들은 펄떡거리는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특히 세 명의 퍼펫티어(인형사)가 움직이는 벵골 호랑이는 한 사람이 연기하는 듯 호흡이 척척 맞았다. 포효하고, 보트 위를 어슬렁거리거나, 엎드려 물을 마시는 장면은 실제 호랑이를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리얼하다.

퍼펫티어들은 15kg에 달하는 인형 무게를 견디며 좁은 구명보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 덕분에 생명을 얻은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파이를 위협하다가 어느 순간 다리를 꼬고 턱을 괴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친근함을 준다.

박정민의 열연…”감정의 깊이 탁월”

17세 소년 파이의 여정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박정민에게서 나온다. 그는 천진난만한 매력을 발산하다가도, 자신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 일본 선박회사 직원에게 “뭐가 그렇게 믿기 어려우세요?”라고 감정을 폭발시킬 때, 파이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박정민은 리처드 파커와 육탄전을 벌일 때나 폭풍우에 휩쓸려 공중으로 떠오르는 장면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팔뚝이 시원하게 드러난 옷을 입고 있지만 머리카락은 어느새 땀에 흥건히 젖는다.

적대에서 공존으로…파이와 파커의 관계 변화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관계 변화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염소의 숨통을 순식간에 끊는 파커를 본 뒤 “나는 네가 싫어”라고 적개심을 드러내던 파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너랑 같이 있으니 좋네”, “온전히 널 사랑해”라고 고백하게 된다.

처음엔 적대적이던 둘의 관계가 점차 ‘공존’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위험한 동반자’였지만, 표류 생활을 함께 버텨 온 만큼 파커가 밀림 속으로 사라질 때 파이가 목 놓아 우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안쓰럽다.

압도적 무대 연출…영상·음향·조명의 조화

이 공연의 장르는 이른바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다. 뮤지컬도 연극도 아닌, 영상과 음향, 조명, 퍼핏 등 모든 요소를 동원해 무대의 한계를 넘어선 압도적 경험을 선사한다.

무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다. 폭풍우가 내리치는 장면에선 정말 무대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감 난다. 총총히 박힌 하얀 별과 바닷속을 유영하는 초록빛 물고기 떼는 황홀경 그 자체다.

‘라이프 오브 파이’ 개막…박정민의 열연과 살아있는 호랑이 퍼핏에 관객 “경이롭다”

무대 바닥에선 물고기가 유영하고, 구명보트가 들썩일 때마다 작은 파도가 부서진다. 무대 옆면에서는 기린 퍼핏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등 구석구석 활용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믿음’에 대한 심오한 질문

‘라이프 오브 파이’는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가 침몰한 뒤 구명보트에 남겨진 소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227일간 태평양을 표류하는 이야기다.

2012년 이안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고, 2019년 영국에서 처음 무대화된 이후 올리비에상 5개 부문과 토니상 3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이번이 초연이다.

인터내셔널 연출 리 토니의 말처럼, 이 작품은 희망과 끈기, 인내, 선택을 다룬다. 동시에 ‘믿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파이는 결말에서 같은 사건을 두 가지 버전으로 들려주며 선박회사 직원에게 묻는다.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관객에게도 동시에 던져지는 이 질문 앞에서, 인생에 개입해 온 신의 ‘기이한 손길’을 떠올리게 된다.

 

최신기사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