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턴=고인영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 간 본교섭이 10일 약 30분 만에 결렬되면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예고한 무기한 총파업이 11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성과급 정상화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3년 연속 파업 사태가 현실화됐다.
이날 오후 3시 시작된 교섭에서 양측은 핵심 쟁점인 ‘성과급 정상화’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 코레일 성과급은 기본급의 80%대 수준으로, 다른 공기업의 100% 기준보다 낮다. 철도노조는 100% 복원을 지속 요구해왔으며, 이는 지난해 12월 7일간, 2023년 4일간 이어진 파업의 핵심 이슈이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사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성과급 정상화의 최종 결정권자인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코레일, 24시간 비상체제 가동
철도노조 파업으로 출퇴근길 대란이 예상되면서 정부와 철도 운영기관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10일부터 파업 종료 시까지 정부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본부장 국토부 제2차관)를 24시간 운영한다.
국토부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노사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길 촉구한다”며 “국민 안전과 교통편의 확보를 위해 비상 수송대책을 빈틈없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비상 연락체계를 구축하고 수송 공백 최소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코레일도 정정래 사장직무대행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한다. 파업 기간 투입되는 인력은 필수유지인력 1만449명과 대체인력 4920명 등 총 1만5369명으로, 평시의 62.6% 규모다.
광역전철 75%, KTX 67% 운행…대체 교통수단 확대
파업 기간 열차 운행률은 대폭 축소된다. 수도권 전철은 평시 대비 75.4% 수준으로 운행되되, 출근시간대는 90% 이상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KTX는 66.9%, 새마을호 59%, 무궁화호 62% 수준으로 운행된다. 화물열차는 수출입과 산업 필수품 위주로 평시 대비 21.5%만 유지된다.
정부는 광역전철과 KTX에 운전 경력이 있는 내부 직원과 외부 인력을 집중 투입해 열차 운행률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부족한 수송 수요는 고속·광역버스, 국내선 항공기 등 가용한 모든 대체 교통수단으로 보완한다.
서울역 등 주요 32개 거점역에는 질서유지요원 128명을 추가 배치해 출퇴근 시간 혼잡에 대비한다. 역사 내 안전요원을 증원하고 안전사고 예방 조치도 강화한다.
코레일은 열차 운행 중지 정보를 코레일톡과 홈페이지에 실시간 반영하고, 문자메시지와 푸시 알림으로 승객 안내를 강화한다. 파업 기간 운행 중지된 열차의 승차권은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되며, 현금 구매 승차권은 1년 이내 역에서 반환받을 수 있다.
SRT는 정상 운행…서울교통공사도 파업 예고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은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며 정상 운행을 준비 중이다. SR은 지난해 파업 기간에도 모든 열차를 정상 운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전사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심영주 SR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불가피한 상황 발생 시 고객 입장에서 최우선적으로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도 12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수도권 출근길 혼잡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왜 지금 주목해야 하나: 반복되는 철도 파업의 구조적 문제
철도노조 파업이 3년 연속 되풀이되는 것은 단순한 임금 협상 실패를 넘어, 공공부문 성과급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기획재정부의 재정 긴축 기조와 노동조합의 처우 개선 요구 사이 간극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사한 갈등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말연시 귀성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파업이 반복되면서, 국민 불편은 물론 물류 대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화물열차 운행률이 21.5%로 급감하면서 수출입 물류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대체 인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철도노조는 인력 부족과 안전 문제도 파업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파업은 ‘무기한’ 총파업으로 예고된 만큼, 노사 간 극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종 결정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가 파업 종료의 핵심 변수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성과급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타 공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재정 건전성 확보, 노동권 보장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만큼, 단기적 봉합보다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주말까지 협상 타결 여부가 관건이다. 12일 서울교통공사 파업까지 겹치면 수도권 교통 대란이 현실화되는 만큼, 정부와 노사 모두 조속한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