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턴=고인영 기자] 황금빛 신라 금관이 키링과 책갈피로, 궁궐의 일월오봉도가 노트북파우치와 데스크매트로 변신했다. 천년 전 유물의 미학이 오늘의 생활 디자인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은 ‘2025 전통문화유산활용 상품개발’ 사업을 통해 전통문화유산을 현대 생활문화로 확장한 문화상품 49종을 10일 발표했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은 크게 두 가지 시리즈로 구성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협업한 ‘금빛신라 황금유산’ 17종과, 국가유산진흥원과 협업한 ‘궁궐수담’ 32종이다. 공진원이 2016년부터 축적해온 통합 개발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통문화유산을 현대 생활 미감과 결합한 결과물이다.
‘금빛신라 황금유산’ 출시 즉시 품절…시장이 증명한 경쟁력
‘금빛신라 황금유산’ 시리즈는 신라 금관과 금제 장신구의 조형미를 현대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제품군이다. 황동펜, 팔찌, 귀걸이, 키링, 책갈피 등 금속공예 기반 제품부터 액정클리너, 풍경, 도자 코스터 등 생활소품까지 총 12품목 17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출시 직후 일부 품목이 연이어 품절되며 “전통 기반 디자인 상품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다. 과거 유물의 ‘장식성’이 오늘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신라 금관의 독특한 곡선미와 세밀한 장식 요소들이 현대적 감각으로 단순화되면서,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궁궐수담’ 시리즈, 전통 문양을 현대 섬유 디자인으로
국가유산진흥원과 협업한 ‘궁궐수담’은 궁궐 문양과 전통 상징을 현대 섬유 디자인으로 풀어낸 상품군이다.
누비, 실크, 쉬폰, 면 등 다양한 소재에 일월오봉도, 오얏꽃, 궁궐 건축 문양을 결합해 노트북파우치, 데스크매트, 스카프, 안경집 등 14품목 32종이 개발됐다.
전통 문양의 해석이 지나치게 장식적이거나 박제되지 않도록, 실제 사용성을 높이는 섬유 디자인 접근이 돋보인다. 과거의 길상(吉祥) 문양이 오늘의 책상 위, 손목 위에 ‘연결된 시간성’으로 되살아난 셈이다.
통합 개발 체계로 ‘문화상품 플랫폼 모델’ 구축
공진원은 기획-디자인-시제품 제작-초도물량 공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통합 개발 체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공예가, 디자이너, 제작사, 협의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단순 기념품 제작을 넘어, 실질적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 ‘문화상품 플랫폼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전주희 공진원 공예진흥본부장은 “전통문화유산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공예업체와 협의기관이 함께 만드는 협업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공진원은 총괄기관으로서 전통문화 기반 신상품 개발을 주도하며 공예문화산업 생태계 확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신상품은 국립중앙박물관 ‘뮷즈(MUDS)’ 상품관 및 온라인샵(muds.or.kr), 국가유산진흥원 온라인 쇼핑몰(khmall.or.kr)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힙통(힙+전통)’ 트렌드의 부상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힙통(힙한+전통)’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경복궁 한복 나들이, 전통주 열풍, 국악과 현대음악의 퓨전 등 전통문화를 ‘박제된 유산’이 아닌 ‘지금 여기의 문화’로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금빛신라 황금유산’ 시리즈가 출시 즉시 품절된 것은, 전통문화 상품이 더 이상 관광 기념품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소비재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전통적이라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좋아서’, ‘실용적이어서’ 선택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