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월 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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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900g 표기했는데 배달앱엔 없다”…중량표시제 첫날부터 혼란

[뉴스턴=고인영 기자] 15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치킨 중량표시제’가 본격 시행됐지만, 현장 적용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bhc, BBQ,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등 상위 10개 브랜드는 매장 및 배달 주문 메뉴판에 조리 전 닭고기 총중량을 명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이 제도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무게를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홈페이지엔 표기했지만…배달앱은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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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첫날인 15일, 10개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중량 표기 여부를 확인한 결과 7곳만 홈페이지에 중량을 표기했다. 네네치킨과 페리카나는 표기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배달앱이다. 배달의민족 등 주요 배달앱에는 단 한 곳도 중량 표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소비자의 80% 이상이 배달앱으로 치킨을 주문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bhc는 현재 오프라인 매장 메뉴판에는 중량 정보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6개월 내 메뉴판과 매장 내 고지물에 중량 정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미 중량 정보를 표기하고 있으며, 한 마리·순살 메뉴는 g(그램) 단위로, 윙·봉·콤보 메뉴는 개수 기준으로 안내하고 있다. 자사 앱과 배달앱 역시 중량 정보 표기를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BBQ는 15일 자사 앱과 공식 홈페이지에 팝업 형태로 중량 표시 관련 안내를 게시하고 메뉴별 중량 정보를 공개했다. 중량 표시는 향후 매장 메뉴판과 배달앱에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교촌치킨은 홈페이지에 기존부터 중량 정보를 표기해 왔으며, 자사 앱에는 15일부터 중량 표시를 적용했다. 대표 메뉴인 허니 한 마리의 경우 900g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배달앱과 오프라인 매장 메뉴판은 계도기간 내 반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윙·봉은 중량 표기 어렵다”…부분육 딜레마

업계가 가장 난색을 표하는 부분은 윙(날개)·봉(북채) 같은 부분육 메뉴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한 마리 같은 경우는 닭 10호다, 이렇게 해서 조리 전 중량 표기가 가능한데 윙 제품 같은 경우는 수입산인 경우도 있고 해동 상태에 따라서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요 브랜드들은 부분육 메뉴를 일정한 중량을 매기기 어렵다는 이유로 ‘날개 5개’, ‘봉 10개’ 식으로 개수만 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량 표시 의무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모든 메뉴를 동일한 기준으로 표시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계도기간 동안 현장 적용 방식을 점검하고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킨은 메뉴에 따라 닭 크기 차이로 중량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윙·봉·콤보 메뉴처럼 무게보다 몇 조각인지를 표시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이해하기 쉬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교촌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발단

이처럼 중량 표시 의무화가 도입된 배경에는 치킨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교촌치킨이 가격을 유지한 채 순살 메뉴 양을 30%나 줄였다는 지적을 받으며 소비자 반발이 일었던 점이 제도 도입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이나 무게를 줄여 은근슬쩍 실질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치킨업계를 비롯한 외식업계 전반에서 이 같은 방식이 확산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가격 변동·중량 감소 표기는 빠져”…실효성 논란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가격 변동이나 중량 감소 등의 표기 의무화는 제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이전 중량 1,000g → 현재 중량 900g (10% 감소)” 같은 비교 정보가 없으면, 소비자는 ‘900g’이라는 절대값만 보고 그것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량 표시제가 첫날부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소비자 기만을 방지할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맹사업법 개정까지 겹쳐…업계 “규제 부담 가중”

치킨업계의 부담은 중량표시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으로 가맹본부의 책임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전반에 규제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가맹점주단체에 본사와의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업계에서는 복수 단체 난립과 협의 요청권 남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가맹점 수가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일수록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업계는 이미 소비 위축과 저성장 기조, 원가 부담이 겹친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규제 대응 비용과 운영 부담이 추가될 경우 가맹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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