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턴=고영우 기자]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발생한 택시 돌진 사고 운전자가 70대 후반 고령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령 운전자 관리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3명을 낸 해당 사고와 관련해 택시 기사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횡단보도 덮친 택시…1명 사망·13명 부상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일 오후 6시 7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A씨가 몰던 택시는 인도로 돌진해 신호 대기 중이던 보행자들과 전신주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인근 도로에서 승용차 2대를 추가로 추돌했다.
이 사고로 외국인 5명을 포함해 총 14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40대 한국인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A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약물 운전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약물 반응 나왔지만 “감기약 복용” 주장
사고 직후 실시한 약물 간이 검사에서 A씨의 체내에서는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감기약 등에 포함된 코데인 성분이 체내에서 모르핀 구조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복용 경위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 전 감기약을 먹었다”며 급발진 주장은 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 운전자 급증…사고도 함께 늘어
이번 사고는 고령 운전자 증가와 맞물려 반복되는 유사 사고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비율은 2014년 7%에서 2024년 14.9%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도 2020년 3만 1072건에서 2024년 4만 2369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도 고령 운전자가 낸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에서는 70대 택시 기사의 페달 오조작 사고로 생후 9개월 된 외국인 영아가 숨졌고, 이달 초 충남 당진에서도 77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보행자를 치어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면허 반납 제도 있지만…반납률은 2%대
정부와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자체는 70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교통카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매년 2% 초반에 머물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이후 7년간 누적 면허 반납자는 약 12만 명에 불과하다. 연구원은 “면허 반납 제도가 사고 예방 효과는 있으나, 지원금 규모가 작고 대체 교통수단이 부족해 실질적 유인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생계형 고령 운전자·약물 관리 사각지대
특히 택시·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자는 생계 문제로 운전대를 쉽게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사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자의 사고는 2005년 이후 연평균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관리의 사각지대도 문제로 꼽는다. 고령 운전자 상당수가 만성 질환으로 인해 인지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통제하는 제도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조건부 면허·의료 연계 관리 필요성 제기
경찰청은 고위험군 고령 운전자에 대해 야간·고속도로 운전 제한, 속도 제한, 안전장치 장착 차량만 운전하도록 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